용감한 늑대의 주절주절
아이가 태어난 지 어느덧 100일 본문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났다.
어플을 살펴보니 애가 태어난 지 130일이 지나버렸고, 진짜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는 아이를 보자니 뭔가 정말 아이가 태어났다는게 새삼 실감이 난다.
100일 동안 무언가 없었다고 하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애가 태어나기 위해 아이 엄마는 당근을 끼고 살았고 (무슨 국민템들을 사야 한다더라)
맘카페의 열성 회원이 되어 있었다.
맘카페는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지만 아이 엄마는 참 많은 정보를 얻고 사용했다.
그래서 나와도 갈등이 없지 않았다. 마케팅과 진실 그 어딘가의 물건을 맘카페 말만 듣고 구입하자고 하니 참.
와이프는 출산 전 주까지 출근해서 일을 해야만 했고, 출산예정일을 이틀 앞 두고 나도 출산휴가를 쓴 뒤 가족분만실로 들어갔었다. 다행인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 때까지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거.
분만실 들어가 유도제를 맞고 하루를 기다렸지만 진통이 전혀 없었기에 결국 우리는 제왕절개를 선택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와이프가 계속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는 거?
"진통을 다 겪고 아이가 안 태어나서 제왕절개 해버려서, 선불 후불 다 받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마시라. 그런 거 없었다. 후불은 좀 진하게 받았지만 선불은 전혀 없었다. 수술실 들어가기 바로 직전까지도 진통이 없어서 헤벌죽 웃으며 들어갔으니까.
그리고 30분도 채 안되서 응애 응애 울고 있는 아이와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손 발 다 멀쩡하구요, 언제 태어났구요, 성별은 무엇이구요, 피부 깨끗하구요. 아버지 확인 해 보세요~" 라고 카트에 아이를 밀고 들어왔다.
제왕절개였던지라 분만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갑자기 애가 태어났다고 카트로 밀고 들어오시니 굉장히 신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병실로 돌아갔는데 아뿔싸, 아산병원은 24시간 모자동실. 엄마가 제왕절개로 일어나질 못하고 누워 있으니 간호사 선생님이 아버지가 안으셔야 한다면서 나에게 아이를 덥석 안기고 사라졌다. 무조건 모유를 먹여야 한다면서 배 아파서 끙끙대는 와이프 유방에 애 입을 억지로 물려서 먹이려다보니 애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고 아빠도 힘들고.
아이가 아침 9시에 태어나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주구장창 울어대니 나도 울고 엄마도 울고. 모유가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분유 좀 달라고 했더니 모유 먹여야 한다며 매몰차게....... 결국 2일 저녁부터 분유를 얻어서 먹일 수 있었다.
전쟁같은 병원 퇴원하고 애 엄마랑 아이는 산후조리원에.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당근할 물건들 찾고, 당근하고, 집 청소하고, 애 엄마 심부름 하고.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130일이 지나버렸다. 지금 아이의 취미는 뒤집기. 110일 정도쯤 혼자 끙차 하더니 뒤집기 성공하고, 지금은 등을 땅에 갖다대기가 무섭게 뒤집어 버린다. 그런데 되집기가 안되서 혼자 터미 열심히 하다가 고개를 땅에 박고 으앵 울어버린다.
또 뒤집기가 이제는 쉬워졌는지 기어가고 싶어서 양 발을 열심히 버둥거린다. 그런데 힘이 부족해서 못 나가니 결국 제자리. 지 성질에 못 이겨서 또 우앵-
아이가 태어나니 애가 TV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루종일 애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가더라.
또 누가 그랬던가. 강아지는 자고 있으면 깨우고 싶지만, 아기는 자고 있으면 절대 건들지 말라던. 맞다. 자는 애 깨워서 좋은 꼴 절대 못 본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이런 텍스트로 정리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시간 날때마다 정리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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